티비 속 검은 복면을 쓴 남자는 우스꽝스러운 차림새를 하고 그렇게 말했다. 목소리는 화면을 뚫고 나올 듯 굵었고 쇠를 긁는 마냥 거칠었다. 기자의 카메라에 잡힌 테러범의 수는 언뜻 보기에도 적지 않았고 거진 전신을 검은 옷으로 칭칭 감고 있다. 얼굴의 반 이상을 가려 겨우 보이는 눈빛만이 형형하게 카메라 렌즈 너머를 노려본다. 힉. 저도 모르게 헛숨을 삼키는 세모를 끌어안으며 리모가 부드럽게 등을 토닥였다.
-쉬이..., 괜찮아, 세모야.
잔물결과 같은 떨림이 닿은 손을 통해 느껴졌다. 등 뒤로 보이지 않을 한숨을 흘리며 리모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리모콘을 집어 티비를 껐다. 간단히 빛을 잃은 화면에 조금이나마 진정된 세모의 모습이 비친다. 언제부터인가, 대도시는 테러범들의 주거지나 마찬가지인 장소가 되고 말았다. 테러는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었으나 유독 기승을 부리는 지역이 불행하게도 이 곳이다. 원인은 불명. 근처에 위치한 정비소가 두 곳이나 있지만 다른 지역과의 차이점이라기엔 미비하다. 테러의 목적은 기계 말살. 기계 그 자체와 시스템, 아울러 그 뒤의 관련된 사람까지도 노리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빌어먹을 메카닉, 안드로이드, 컨베이어 벨트 자식들. 귓가를 도려내는, 구호와도 같은 소리가 들릴 때면 세모는 발작하듯 잠에서 깼다. 땀으로 흠뻑 젖은 반신이 번들거렸다. 리모는 익숙하게 마른 수건으로 온몸을 닦고 부들거리는 작은 몸을 보듬었다. 기계란 기계는 전부 동강을 내고 산산조각내주겠다. 선포한 우두머리가 손을 뻗어 우악스럽게 카메라를 쥐고 부서뜨렸다. 동시에 티비는 심한 노이즈음으로 가득찼다.
-..아빠.
조그만 목소리에 감출 수 없는 불안이 묻어난다. 할수만 있다면 그것을 깨끗이 닦아주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할 수 있는 것은 지키는 것 뿐이다. 팔과 다리가 다른 사람과는 다른 물질로 대체된, 그러나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고 뜨거운 제 핏덩이를 저 바보같고 멍청한 흉악범들에게 넘겨줄 리 없었다. 아이는 한없이 불안해한다. 리모는 잠든 아들을 침대에 바르게 뉘어주고 생각에 빠졌다. 머릿속에 설계도를 그린다. 다채로운 색의 네온사인도 시끄러운 노랫소리도 없는 거리는 한산하고 적막해 그 어떤 잡음도 침범해오지 못했다.
림셈으로 SF가 너무너무 보고 싶다. 근데 배경적 지식이 없어서 못씀 내 멍청함이 불쌍해..!!
리모랑 세모 제외하고 등장인물을 다 빼버린 썰. 러다이트 운동처럼 기계파괴 운동(테러)이 물결처럼 번지는 시대에 몸의 반이 기계인 세모를 사수하는 리모가 보고 싶다. 하루하루 위태롭겠지
평소대로, 일상적으로 생활하다가 갑자기 아 내 짝(사랑)은 소울이구나, 내 마음은 그랬구나 하고 깨닫는 마카가 보고 싶다. 둘이 함께 생활해오면서 쌓인 모든 일상들을 무질서하게 떠올리면서. 소울이 자기를 지켜줬던 것, 언제나 자기를 위해주는 것, 무신경한 척 하면서 잘 파악해서 보살펴주고 챙겨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새삼 놀랐으면. 그러면서 조금 분해하는 게 보고 싶다. 파트너인데, 소울은 이만큼이나 날 아는데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나도 그렇게 해주고 싶어. 그리고 괜히 화내면서 나도 너 지켜줄 수 있고 의지가 될 수 있다고 했으면 좋겠다.
(2)
어쩌다 마카랑 소울이 전투 중 떨어지게 됐는데 갑작스럽게 소울의 영혼 파장이 사라져서 불안에 떠는 마카가 보고 싶다. 소울은 잠시 그냥 어딘가에 갇힌 것 뿐 안전한 상태였는데 지독한 상실감에 시달리는 마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소울이 아닌 파트너를 생각해본 적도, 소울이 없는 삶도 상상해본 적 없는 마카 멘붕하는 거 보고 싶다
(3)
소울은 누구보다도 마카를 위하고 비아냥거리면서도 엄청 상냥하게 구는 편임. 남친력 개쩜. 근데 그게 남자->여자로서라기보다는 내 동료!내 파트너!내 장인!이런 느낌으로. 마카가 어느날 직구 던졌음 좋겠다. 니가 나를 이렇게 위해주는건 파트너로서야? 이러니까 소울이 넌 내 장인이고...파트너잖아? 하는데 마카가 내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받아치면 소울이 당황해서 마카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못하겠다고...그러면서 겁나 삽질 들어가는 마카 보고 싶다
아니면 소울이 일방적 지독한 짝사랑을 하는데 마카가 맨날 크로나(남자든 여자든 별 상관없음)만 찾고 무의식적으로 철벽 쉴드 쳤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소울이 안되겠다 싶어서 이제 정말 제대로 된 파트너가 되줄게. 선언하고 사적인 감정을 내세우지 않게 됨. 근데 그 시점에서 마카의 사랑이 시작됐으면 좋겠다. 밥먹고 갈래요 컵라면 비유가 너무 좋아서 생각난 썰...
(4)
ㅇㅇㅅ ㄷㄴ 보고 생각난건뎈ㅋㅋㅋㅋㅋ 마카가 프랑켄을 스고이하다고 칭찬했을 때 소울이 너도 영혼 보이지 잘 볼 수 있지 이러니까 마카가 그그럼..이랬던게 넘 귀여워서 ㅋㅋㅋㅋ 좋아하는 애한테 잘보이고 싶은 남자애처럼 구라치는 마카가 보고 싶다 다...당연하지..!그 정도 기술은 문제 없어!ㅋㅋㅋㅋㅋ
문제있음 당빠
(1)
무기교육
무기가 장인을 지킨다는 게 암묵적인 규칙처럼 자리잡고 있고 소울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함. 말버릇이 '장인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어'니까. 키드는 그래서 맘 잡고 날을 잡아서 교육을 해줌. 저번에 전투 때 상처입었던 것을 지적하면서 소울, 나는 전투에서 지킴 받을 정도로 약하지 않다. 네 몸도 나와 같은 거야. 네 몸을 소중히 해 이런식으로...
는 지랄 걍 내가 물ㄴㅇㄹㄹ빨핥해야 하는 몸이니까 제대로 관리해라 ㅇㄴㄹ아 오타임
(2)
아 한없이 달달할 것 같은 내 머릿속 키드소울...꽃잠 잘 때도 '부탁한다. 플리즈,플리즈..!'(14화 더빙) 이러면서 무릎꿇고 싹싹 빌면 소울이 어쩔 수 없나;;이러면서 들어줄 거 같다..ㅋㅋㅋㅋ
그리고 아침에 내가 미쳤지 미쳤지 이러면서 폭풍 후회함 키드 섹스 스타일은 엄청 다정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할 건 다할 거 같다
고등학생즈. 마카와 소울이 2-C반, 마카는 반장. 키드는 저 멀리 떨어진 반의 반장이고 세 명이서 친함. 왜 세명이냐면 내가 삼인방이 좋거든...
마카는 키드가 소울 좋아하는 거 뻔히 알고 있음. 그리고 소울이 좀 날라리..라기보다 약간 대충대충 살고 결석이나 조퇴 지각도 자주하는 애. 수업 시간에 자고. 키드는 맨날 방과후에 둘을 데리러 오는데 어느 날 이틀 내내 소울이 결석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방과후 찾아온 키드한테 마카가 미안, 오늘도 결석이네 이러고..
여기서도 마카와 키드의 대화부분이 보고 싶다. 마카가 은근 떠보는데 키드는 설마 들켰나 싶고, 근데 그냥 넘어감. 좋아하는거 알면서도. 그리고 은근히 그 뒤로 배려해주는 마카가 보고 싶다. 둘만 있을 기회를 만들어준다던가.
여기서 좀 더 추가하자면 마카와 소울은 옆집이라던가 집이 가깝다던가(키드는 겁나 부잣집). 그래서 소울의 행선지를 키드보다는 잘 아는 마카. 그래서 살짝 귀띔해줬으면.
소울이 학교 빠자먹고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삐걱거리면서 ㅊㅍㅊㅅ 입에 물고 있는데 키드가 와서 아무렇지 않게 옆에 앉는게 보고 싶다. 맨날 귀신같이 알고 오니까 소울도 놀라지 않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탕 남은거 있는데 먹을래? 이러고 키드가 받아서 까먹는게 보고 싶다. 근데 잘 못깜ㅋㅋㅋ;소울이 줘봐. 하고 까서 입에 넣어줌. 그런 소울의 무의식적인 행동에 묘한 기분을 느끼는 키드가 좋음
키드크로
괴도 크로나 보고 싶다. '잘 있어, 사신군'아라니..괴도크로 파라는 뜻이겠지? 네티처럼 괴도 활동을 하는 크로나 하지만 정의의 도둑이 아님..! 그냥 딸린 식솔(라그나로크) 먹여 살릴 겸 몸이 민첩한 자신의 장점을 살려서 하는 활동. 여기에 더 깔자면 메두사가 전직 괴도 코브라 ㅋㅋㅋㅋ 돌아가신 어머니의 직업을 아무 생각없이 계승함.
키드는 능력있고 젊은 형사인데 맨날 크로나만 놓쳤으면 좋겠다. 키드가 딸리는 게 아니고 크로나가 너무 날아다녀서. 매번 놓치고 크윽..!다음엔 반드시...!!이러고 벽치는 키드 보고 싶어 그리고 액자 비뚤어져서 괴로워함 병신
키드는 아버지가 가톨릭이라 자연스럽게 성당(노베라)에 다니게 되는데 그 성당의 신도 중 한명이 크로나. 전신을 감싸는 까만 옷을 입고 있어도 눈에 띄는 인상이라 한두번 봤을거고 옆자리에 앉은 적도 있어서 좀 친해진 사이. 크로나는 도둑질을 하지만 성당의 교리라던가 그런 것을 잘 익히고 착실하게 예배에 참여함. 읭? 아무튼 크로나를 바르고 좋은 사람으로 보고 있음 키드는.
당연히 바뀌지 않을 명제를 거듭하는 모습은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누군가 신파치의 머릿속을 들여다본다면 쉰내가 나는 다시마를 오독오독 씹으며 보란 듯이 비웃을 것이 틀림없었다. 아, 이건 카구라지. 신파치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장황한 생각들로 가슴이 부푼다. 전부 내쉬며 밖으로 몰아내었다.
드르륵.
그야말로 기막힌 타이밍에 혼란 유발자가 등장하고 말았다. 흐익. 우스운 소리를 내며 신파치가 기함하자 긴토키는 일순 멈춰있다가 아무렇지 않게 소파에 앉아 몸을 뉘었다. 뭔 일 있냐, 신파치. 걱정이라고는 다시마 한 장 만큼도 담겨있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티비를 켜 채널을 돌린다. 이 시간에 뉴스는 없기 때문에 종착지는 고리타분한 드라마다.
그보다 지금이 몇 신데 아직까지 자다가 온거야?! 신파치는 뒤늦게 깨달은 사실에 부들부들 떨었다. 이 안될 인간 같으니라고, 분명 제가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봉사하지 않는다면 바닥에 말라붙은 죽 찌꺼기만도 못한 삶을 살 놈이다. 저건 진짜배기 쓰레기야. 다리를 쩌억 벌린 채 잠옷을 평상복처럼 입고 나무늘보마냥 뻗어 있는 것이 거슬리기 그지없었다. 저 모습이 집에 있을 때 사카타 긴토키의 디폴트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근 제일 열이 받치는 점은 옷의 구실을 못하는 저 빌어먹을 잠옷이다. 바지는 그렇다쳐도 상의는 헐렁거리며 벌어져 가슴팍이며 쇄골이 훤히 드러나있다. 저것도 옷이라고 입은 거야?! 핀트가 나간 줄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태클을 넣으며 신파치가 속을 부글부글 끓였다. 옷 좀 갈아입으시라구요. 볼멘소리로 던져보지만 대강 하는 대답과 함께 채널만 바뀐다. 싫어요! 앙칼지게 외치는 여자주인공의 목소리가 심히 불편하게 들렸다. 무슨 타이밍인데 이거?
결국 또 혼자서만 극도로 예민해지는 시간이 온다. 신파치가 가장 싫어하는 때이기도 했다. 원래는 없던 것이었으나 돌연 예상치 못하게 나타난 변화.
자꾸만 저 완폐아를 보면 몸이 주체를 못하고 찌르르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혹 병에 걸렸는가 싶어 병원에 가보기도 했다. '제가 저희 집 아...가 아니고, 어떤 사람을 보면 몸이 떨리기도 하고 제 의지와 상관없이 박동수가 빨라지거나 하는데요. 그...조금 몸이.. 열이 나는 거 같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 사람의 옷차림이 신경쓰이고....' 의사는 신파치가 말을 다 잇기 전 경멸하는 기색이 역력한 채 말했다. '발정기입니까?'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절망으로 가득한 부르짖음을 반복하기를 여러 날, 그럼에도 심해져만 가는 증상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확실하게 '발정기'라는 팻말을 달아주었다. 마침 신파치의 나이는 질풍노도의 그 시기와 딱 들어맞았다. 만약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내게 이런 시련을 줘도 된다고 생각할까? 여전히 시선을 긴토키의 몸에 꽂은 채 신파치가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본인은 전혀 자각이 없다. 그래서 더 신파치는 둔하게 느꼈던 걸지도 모른다. 저 느슨하고 멍한 인간의 행색이란 실로 파볼수록 반전스러웠다.
맨 처음 발견한 것은 창으로 비치는 햇빛에 번쩍거리는 은발과 그만치 하얀 피부였다. 쟁쟁한 빛에 이마 위로 손을 올리며 그늘을 만들던 신파치가 우연찮게 시선을 내렸을 때였다. 왜 저렇게 하얗지. 저도 모르게 입밖으로 뱉었다. 긴토키는 제대로 듣지 못했는지 엉? 뭐라고? 따위의 말을 지껄였으나 신파치는 일순 호흡이 멎을 정도로 놀랐다. 카구라와 같은 야토족도 아닌데, 저 인간 살색이 어떻게 된 거래?
경악에 가까웠던 그 발견은 결국 조명빨이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며 마무리지었지만, 조명같은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긴토키는 체격도 몸매도 완폐아의 것이라기엔 월등히 좋은 편이다. 따로 관리도 받지 않는데. 도장에서 웃통을 벗고 내지르기를 할 때마다 보게 되는 제 빈약한 몸매가 억울할 정도다. 아, 생각할수록 열받아. 긴토키는 아저씨스럽게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살을 벅벅 긁고 있다. 옷이 마구 흐트러진 채 옷자락이 말려올라가 허리와 배가 드러났지만 제대로 입을 필요를 못 느끼는 모양이다. 신파치는 고개를 홱 돌리고 츠우 사진집을 펼쳐들었다. 사진 속 츠우가 입은 수려한 꽃무늬의 기모노는 기장이 짧아 얇은 허벅지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시선을 확 잡아당기는 컨셉임이 틀림없다. 그래야 하는데 왜 자꾸 눈이 돌아가고 난리인가. 완폐아가 옷을 홀딱 벗고 있건 걸치고 있건 상관할 일은 없을 것이다. 보통이라면 그렇지. 신파치가 꿀꺽 침을 삼켰다.
얼굴과 전신이 하얘 꼭 머리부터 발끝까지 잉크를 떨어뜨린 물같았다. 곱슬거리는 머리카락과 나른한 눈이 하나의 장치처럼 어울려 시선을 잡아놓는다. 날카로운 콧날 아래로 자리한 적당히 두꺼운 입술이 슬며시 벌어져있다. 굵은 목을 타고 내려가면 살이 깊게 파여 쇄골이 도드라진 모양이다. 상의는 다 늘어져 탄탄한 가슴팍에 둥그런 유륜이 반쯤 드러났다. 누워있는 자세가 둘도 없는 백수꼴이면서도 퇴폐적이다. 긴바지를 입어 가려진 다리 밑 발목과 복숭아뼈가 하얗게 드러난 것마저, 왜. 뭣 때문에. 그러다 문득 시선을 느껴 고개를 돌리자 예의 그 졸린 듯한 눈과 마주쳤다. 헉 소리도 내지 못하고 헛숨을 들이키며 몸을 굳혔다.
몇 번 눈을 깜빡이더니 대수롭지 않게 입을 움직여 신파치, 할 일 없으면 냉장고에서 딸기우유나 가져와라. 하는 목소리에 신파치는 벌떡 일어났다. 옆에서 뭔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져올게요!!
쓸데없이 크게 외치고 달음박질해 방을 나왔다. 신파치, 너 거기 화장실...! 뒤에서 들리는 말을 무시하고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다. 젠장, 젠장, 저 망할 완폐아. 욕지거리를 짓씹으며 화장실로 들어간 신파치가 문을 쾅 닫았다.
집안은 건조한 공기로 가득했다. 허공을 부유하는 먼지에 얕은 기침을 뱉으며 한쪽 다리를 조심스럽게 움직여 발을 딛었다. 발바닥에 닿아오는 나무의 느낌에 안도하며 어색하게 다른 편의 다리를 뻗어 똑바로 섰다. 단단히 땅에 붙어있는 감각. 그것을 확신하고 나서야 좁은 보폭으로 걷기 시작한다.
앞을 향한 손으로 사물을 더듬으며 전진하는 것은 상당히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산발적으로 머릿속을 덮쳐오기에 걸음 하나하나 긴장이 실린다. 여느 장소보다 익숙한 곳인데도 낯설기 그지없어 금방이라도 구덩이에 발이 빠지거나 돌출된 사물에 부딪힐 것만 같은 예감의 연속이다. 현관문까지의 거리는 몇 발자국 되지 않았건만 지구의 반대편만큼이나 멀게 느껴졌다. 느린 마중에 답답할만 한데도 문 뒤의 상대는 참을성있게 기다려주었다.
밖은 작년과는 다른 강추위로 영하까지 내려간 탓에 현관문 가장자리부터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들로 젖어 있다. 손을 대자 축축한 물이 느껴져 화들짝 떼어내고 손가락끼리 비비적거렸다. 찝찝한 채로 차가운 손잡이를 잡고 돌려 문을 열었다. 쌀쌀한 공기가 화악 끼쳐와 닭살이 돋았다. 보이지 않는 시선이 똑바로 안을 향해온다.
아무것도 안 사와도 충분하다고 했었는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또 손에 잔뜩 쥐고 있는 모양이었다. 소울은 대충 앞에 고개를 꽂았다가 몸을 돌려 들어가며 중얼거렸다. 또 뭘 사온거야, 키드. 빠르게 안으로 걸음하지만 어쩔 수 없이 느릿한 동작이다. 달칵 문이 닫히는 소리가 뒤에서 들리는가 싶더니 팔을 잡아챈다. 소울이 몸을 외로 틀며 어색한 얼굴을 했다.
"..안 도와줘도 된다고."
가볍게 천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는 것 같은. 소울이 꿀꺽 침을 삼켰다. 마주 보고 있다. 직접 눈을 열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짧은 호흡이 섞이고, 키드가 물러나며 팔짱을 끼듯 지지했다. 무리하는 건 좋지 않아. 꿰뚫어보는 말에 가볍게 혀를 차며 몸을 기댔다. 비닐이 구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팔을 붙들어오는 힘은 전보다 세진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도 착각일까, 소울은 온통 새까만 공간 안에서 생각한다.
소파에 소울을 앉히고 나서야 팔을 푼 키드가 테이블 위에 가지고 온 것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매번 비슷하게 가져오니 아마 저번과 같을 것이다. 상비약, 먹을거리, 필요하다고 했던 것. 먼저 소울이 무언가를 요구한 일은 없지만, 키드는 꾸준하게 필요를 추궁했다. 끈질긴 그 성격은 결국 답을 얻어내고서야 현관을 나섰다.
처음은 아마도 새 칫솔과 같은 잡다한 물건이었다. 비누곽, 새 헤어밴드, 머그컵. 점점 늘어나는 주문에도 키드는 별말 없이 목록을 만들어 착실히 배달해주었다. 그런 배려가 더 말할 수 없이 불편했다.
지금의 나는 그저 짐일 뿐이야. 툭 얹힌 말이 모난 돌처럼 속안에 자리를 잡았다. 숨을 쉴 때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굴러다녀서 가끔은 쿡쿡 찌르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시야를 잃은 뒤로 몇 주나 되는 시간이 흘렀다. 정확한 사정을 설명하기 귀찮다며 불의의 사고라 일축했지만 키드가 사정을 모를 리 없었다. 절대 부상을 당할 리 없는 전투에서 두 눈을 잃은 경위를 모두가 애타게 물어왔다. 소울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집에 틀어박혀 일체의 방문을 거절했다. 그리고 키드가 찾아왔다.
그 아이는 괜찮아.
그의 첫마디였다.
그런데 소울, 너는 어떻지? 뒤이어 꺼낸 말에 소울은 대답을 망설였다. 어느 쪽도 괜찮지 않았다.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당장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캄캄한 어둠에 갇혀서, 두 번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하고, 소울은 아무도 없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홀로 울컥 감정을 터뜨렸다. 이제 가야 할 곳은 어디에 있지? 키드가 오기 전까지 최소한의 활동만 하며 단 한번도 문밖을 나서지 않았다.
"키드."
그가 오기 전까지 누워있던 그대로 소파에 몸을 늘어뜨린 채 소울이 작게 입을 열었다. 키드는 포장을 뜯다 말고 멈춘 뒤 몸을 일으켜 다가갔다. 무슨 일, 이라고 말하려던 것을 그만둔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가 한가득 제 눈을 채웠다.
키드, 나. 달싹이는 입술은 계속 말을 이어가려는 듯, 혹은 금방이라도 다물 듯 떨린다. 키드는 몸을 겹친 그대로 입을 맞췄다.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흰 손을 가져가 혼란스러운 눈을 감기며 키스를 이어갔다. 마른 입술을 적시며 파고들자 아, 하고 뱉으며 움찔 떨었다. 시야가 차단된 몸은 전보다도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바닥을 보인 소울의 손에 제 손을 겹쳐 깍지를 끼며 키드는 그가 조금 말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단 것을 사오는 게 좋았을텐데. 가벼운 후회가 금방 입새로 흘러내렸다.
쓰고 나서 생각한 건데... 소울 모르게 키드가 ㄼㅈ 사서 서랍에 넣어놨으면 좋겠다
그래서 분위기 잡고 하려다가 소울이 ㅈ도 없잖아..하면 겁나 능숙하게 썼으면.....ㅎ...
먼저 적어놨는데 왜 짤렸지..아무튼 같이 동거하면서 서로 조심을 해도 옷 갈아입는거 보게 되는 거. 소울은 별로 신경 안쓰는데 마카는 꺆ㄲ꺄갸ㅑㄱ꺅 하면서 마카촙 날리고 난리쳤으면. 소울은 되려 웃기지마 내가 보려고 한 것도 아닌데! 이러면서 체형 가지고 인신공격 할거같음.... 그렇게 또 한차례 싸우고. 마카는 궁금해서 너는 니가 옷 갈아입다 보여져도 아무 느낌 없냐고 하는데 소울은 뭐, 별로. 볼 것도 없으니까. 마카는 민망하면서도 김빠지고... 그 뒤로 소울은 아무 생각 없는데 소울 옷갈아입는거 보게 될 때마다 엄청 신경쓰이는 마카 보고 싶다. 그래서 이게 뭐가 마카소울이냐 나도 모르겠다
(2)
그 흔한 알오버스 물로 마카소울 보고 싶다. 알파 마카 오메가 소울로. 솔직히 소울 넘나 오메가내 남. 마카는 흥분하거나 화나면 알파 호르몬 퍽발하는 타입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옆에서 괜히 새우등 터지는 소울(...) 바..보야..! 흥분하지 말랬지..이러면서 몸 가누기 힘들어했으면. 마카는 그제서야 진정하고 나중에는 저기..소울, 그렇게 힘든거야? 이러면서 자세하게 물어보고.
그리고 서로 오메가/알파인거 알기 이전의 이야기도 좋다. 통지서가 집으로 오니까 잽싸게 가로채서 자기가 오메가인거 안들키려하는 소울. 마카가 물어보면 아, 베타야. 이러고 보여달라고 하면 너 내가 알파였으면 좋겠냐고 괜히 시비걸면서 넘기고. 그러다가 마카촙 처맞고 사망엔딩...이게 아니고 암튼 오메가 어린이 소울은 억제제를 꼬박꼬박먹음. 마카가 묘한 냄새가 난다고 느끼는 거 같으면 좀 과다복용. 결국 약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경하지만 가끔은 증상에 시달리는 날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 날은 잠 못잠.
그러다가 운나쁘게 마녀랑 마주쳐서 전투에 들어가게 되는데 마녀는 소울이 오메가라는걸 한눈에 알았으면. 그래서 보기 드문 조합이네~? 이러고 소울은 전전긍긍하고. 마녀가 오빠의 비밀, 말해버릴 수도 있는데? 이러니까 마카는 둘이서만 막 속닥거려서 신경쓰이고 화나고.
(3)
소울마카 사귀는데 데이트할 땐 시큰둥하면서 임무만 나가면 데이트하는 것처럼 파스타 먹고 싶어 여기가고 싶어 하는 소울보고 그럼 데이트나 제대로 해주던지!라고 하는 마카....보고 싶어 7화 소울 넘나 기여워
(4)
아프고 몸 안좋은 소울 넘나 좋다..원작에서 너무 떡밥 던져줌. 애니에서도 그렇고 맨날 구르길래 히로인인줄; 사실상 진히로인 아닌가ㅏㅏ>/?내가먼소릴 아무튼 소울이 무기 상태일 때는 가드를 쳐주지만 무기 상태가 아닐 때는 오히려 방어력이 장인보다 떨어졌으면 좋겠다. 근데 미친놈이 지 몸 생각은 안하고 매번 가드치다가 점점 무기 상태가 아닐 때의 체력이 닳아갔으면. 전투에서는 무기 상태니까 본인도 잘 몰랐으면 좋겠다. 근데 체육수업 듣다가 갑자기 픽 쓰러짐.
급하게 양호실로 달려간 마카한테 나이구스가 차분히 설명해줌. 소울은 무기화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이고, 사람의 몸은 무기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그러니까 무모한 짓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마카는 이미 죄책감 맥스 찍음... 늘어간 상처 볼때마다 맴찢.
다음 전투 때 또 긴박한 상황이 되서 마카가 벽 구석으로 내팽개쳐짐. 낫을 잡을 힘도 없어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소울을 잡지 못하고 적이 다가옴. 소울은 또 무기 상태를 해제하고 지켜주려고 하는데 순간 마카가 눈 부릅뜨고 발로 확 올려차면서 주먹 갖다 꽂았으면 좋겠다. 적이 순간적으로 대응 못하고 저만치 날아가면서 마카는 다시 똑바로 일어섬.
무기로 변신해, 소울.
마카.
지켜주려고 하지마. 싸울 수 있어.
ㅡㅡ마카는 왜케 이쁘고 귀여우면서 알파향 넘쳐서 날 이러케 만들고
조금씩 블랙스타에게 친구 이상 애인 이하의 감정을 자각하는 소울 보고싶다. 점점 세지고 멀리 가버릴것처럼 듬직해지고 여자애들한테 인기도 많아지는 블랙스타. 게다가 입버릇처럼 이몸에게 기대는건 당연하다. 이몸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 툭툭 내뱉는 말들에 괜히 여자애도 아닌데 내가 왜...이러면서 흔들흔들하는 소울. 그런데 암만 봐도 블랙스타는 싸움바보니까 전혀 말 꺼낼 생각 못함. 평소처럼 같이 놀러다니고 장난치는데 자기도모르게 어색함이 좀 생김. 어차피 블랙스타는 눈치 못 챌거라고 제발만 저리는 소울. 근데 블랙스타는 보면 동물 수준으로 감이 빨라서 아무렇지않게 놀다가 툭 뱉었음 좋겠다 요즘 뭐하냐고. 소울은 뜨헉 놀라서 뭔소리하냐면서 그냥 피함. 그러면서 은근슬쩍 조금씩 접촉을 줄여가는데 블스가 모를 리가 없음.. 결국 골목에서 만나게 되는데 블스가 파워 벽치기! 하면서 어이, 소울. 이카면서 티 다난다고 했으면. 너 말이야, 이 몸 좋아하는 거 엄청 잘 보인다고. 이래서 소울 494927만큼 당황함. 그러면서 블스 특유의 개논리(... )펼침. 이 몸을 좋아하는건 당연하다고 맘껏 좋아해도 된다! 이러고 소울은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말라고 하고. 그러면서 갈려고 하니까 블스가 팔 턱 잡고 안보내줌ㅋㅋㅋ
사실 블스->소울도 생각해봤는데, 얘는 짝사랑할 타입은 전혀 아닌듯. 깨닫자마자 불도저처럼 밀어붙여서 소울 존나 당황할듯. 뭐뭐야...?이러는 사이에 진도 다 빼고 약혼할거같다. 좋아하지 않는다면 좋아하게 만들겠다! 자존감 개쩌는 블랙스타.
사실 얘네는 엮으면서도 참 컾 느낌이 안나는게, '친구'란 느낌이 너무 강함. 난 친한 친구, 오랜 친구에서 연인으로 가는 루트를 되게 좋아하는데 얘네는 친구->연인 이 아니고 친구친구친구친구친구친구친구-> 연인 같은 느낌. 근데 그래서 더 갑자기 확 진전이 되는게 좋다. 그리고 거기에 대응을 못하는 소울<-의 구도가 넘나 좋음.
원작에서도 그렇고 '애매한', '정도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울이기 때문에, 막가파에다가 한계를 모르는 블랙스타와의 조합 개쩌는 것이다... 물론 떡칠 때도 적당히 하고 빠지고 싶은 소울과는 달리 블랙스타는 진짜 애 기절할 때까지 할듯.
체고 도련님인 소울이랑 개최고 도도련님인 키드 조합 넘좋다. 도련님끼리 춤이나 췄으면. 마카랑 출 때는 당연히 마카쪽에서 '리드해줘' 라고 부탁했고 소울도 리드해줬지만 키드랑 추게 되면 판이하게 다르겠지. 키드는 당연히 자기가 리드하려고 할거고 거기에 소울이 당황했으면 좋겠다. 같은 도련님이라도 급이 다르니까 소울은 대강 춤의 동작만 맞추는 형식인데 키드는 진짜 각잡고 우아하고 품위있게 췄으면. 게다가 키드가 남자역.ㅋㅋㅋㅋㅋ 리드하는 건 나다, 소울. 이럼서 가면 쓴 채로 무도회장을 누볐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