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와타] 걱정

2014. 11. 11. 20:52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사실은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불찰이고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 그렇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것을 부담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 메키

 

 

 

정말로,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녀석이 싫었다보기만 해도 속에서 울컥 차오르는 것을 통제하기 힘들었다. 사실은 지금도 녀석을 꺼려하는 것이 없지않아 있다고 생각하지만. 투덜거려도 상대에겐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히려 엔젤 씨사건에서부터 저와 같이 동행하며 도메키는 상처 입고, 시간을 할애하고, 거기다 눈의 반쪽도 나누었다. 평소엔 생각하고 있지 않아서 모르는데, 자리에 누워있자니 새삼 기억들이 상기되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지금은 더더욱.. 고개를 돌려 장지문에 등을 기대고 있을 사람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와타누키.”

 

 

 

하지만 당연하게도 지명당했다. 부를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우물우물 거리는 입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을 굳이 표현해보자면, ‘면목이 없다’.

   

    

   

“-와타누키.” 

    

 

 

딱 지금만 생각하는 건데, 사실 자신의 이름이 와타누키가 아니라 노비타였다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 걸까? 아니면 하다못해 와타벌레라도 좋으니까, 놀려도 정말 지금만큼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답해.”

 

 

그래도 여기까지 오면, 대답할 수 밖에 없다. 확실히 대답해야 하는 타이밍이 돼서야 떨어지지 않던 입을 열었다.

   

   

   

“...”

   

   

   

여전히 이불을 꼭 쥐고 그 위에 자리잡은 수수한 문양에만 눈을 맞춘 채다. 어차피 후에는 상대의 얼굴을 볼 수 밖에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는데도 일말의 고집을 부려 본다. 화났겠지. 그의 평소 반응과 지금의 목소리로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이다.

 

 

 

왜 그랬냐?” 

 

 

“...............”

 

 

 

이 질문, 굉장히 익숙하다.

자신이 옆의 상대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니까.

항상 히마와리를 위해 싸온 도시락이나 디저트를 아무 말도 없이 집어먹을 때나, 버릇처럼 제 말을 잘라먹고 끼어들 때나, 그리고..

유령이었는지 마물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다정했던 그 사람을 활을 쏘아 맞췄을 때. 

 

 

 

 

기억하는 몸이 움찔 떨렸다. 기억났기에 더더욱 눈을 맞출 수가 없어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버렸다.  

물론 조금도 가지 못하고 어깨를 잡는 손으로 저지당해버렸지만.  

      

 

반강제로 상대 쪽으로 어깨가 돌아갔다. 아직, 아직은 아니다. 지금은 얼굴을 못 보겠다.

 

 

 

 

 

      

 

 

 

 

 

 

 

 

 

 

 

 

 

 

 

이번에는 어머니 나이대의 사람이 아니었다. 작은 여자아이. 자양화를 구하기 위해 끌려들어갔었던 아래의 장소에서 만난 여자아이 정도의 나이로 보였다. 울고 있었다는 것은 똑같았다. 그리고 그 사람처럼 쓸쓸해 보였다.

끌린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로 되는 게 아니다. 아마 그래서 저는 그 사람에게, 그 아이에게 끌렸다고 생각하는 것일 테다. 이번에도 스스로 책임을 지지 못했다. 그리고 대신하는 것은 언제나 같은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체감해서 가만히 몸을 웅크렸다. 어깨를 잡은 손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느낀다. 분명히 고집부리지 말라고, 상대도 자신도, 말하고 있는데도 태도를 바꾸기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고개를 들어 그와 마주했다.

분명 자신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곁을 지켰을 도메키와.

그러니까 그게 더 부담스러우면서도, 속에서 알 수 없는 알싸한 느낌이 차오르게 하는 사실이었다. 언제나 그의 언행은 그랬다. 조용하면서도 세세하고, 가만히 있는가 싶으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듯 한번씩 치고 올라오는 물살 같았다.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

   

 

  

그의 특성이자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언제나 그의 상처나 문제를 주변 사람에게서 듣고 나서야 아, 그랬다고 깨닫는 자신에 비해 그는 항상 제일 먼저 제 상처를 알아차렸다. 몸의 상처뿐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까지, 그렇게나 읽히기 쉬운 사람이었던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리고, 제일 많은 것을 나누었다. 나누기 위해 다친 것은 아니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늘 그런 상황에 도달해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몸을 잡히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제 모습이 있었다.

대답을 종용하며 묵묵히 기다리는 상대가 있다.

 

      

 

 

“...나는...”

      

 

 

 

침묵 속에서 옹알이하는 아이처럼 중얼거렸다. 할 말이, 있는데. 고맙다고 얘기하던 그 때와 같이 기분이 들쑥날쑥했다. 막아놓았던 물처럼 터져나오는 감정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 , 안해..”

     

  

 

그때서야 반쪽짜리 눈을 도메키의 눈에 맞추었고,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고.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도메키와 자신의 대화 방법은 단순하다.  

 

 

 

자라, 고 말하는 어투는 가게의 주인과 닮아있었다.  

 

 

 

 

 

+  [유혹] 편에 나오는 사람(이라고 하긴 좀 그런)과 같은 거랑 조우했다는 가정 하에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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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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