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 속 검은 복면을 쓴 남자는 우스꽝스러운 차림새를 하고 그렇게 말했다. 목소리는 화면을 뚫고 나올 듯 굵었고 쇠를 긁는 마냥 거칠었다. 기자의 카메라에 잡힌 테러범의 수는 언뜻 보기에도 적지 않았고 거진 전신을 검은 옷으로 칭칭 감고 있다. 얼굴의 반 이상을 가려 겨우 보이는 눈빛만이 형형하게 카메라 렌즈 너머를 노려본다. 힉. 저도 모르게 헛숨을 삼키는 세모를 끌어안으며 리모가 부드럽게 등을 토닥였다.
-쉬이..., 괜찮아, 세모야.
잔물결과 같은 떨림이 닿은 손을 통해 느껴졌다. 등 뒤로 보이지 않을 한숨을 흘리며 리모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리모콘을 집어 티비를 껐다. 간단히 빛을 잃은 화면에 조금이나마 진정된 세모의 모습이 비친다. 언제부터인가, 대도시는 테러범들의 주거지나 마찬가지인 장소가 되고 말았다. 테러는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었으나 유독 기승을 부리는 지역이 불행하게도 이 곳이다. 원인은 불명. 근처에 위치한 정비소가 두 곳이나 있지만 다른 지역과의 차이점이라기엔 미비하다. 테러의 목적은 기계 말살. 기계 그 자체와 시스템, 아울러 그 뒤의 관련된 사람까지도 노리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빌어먹을 메카닉, 안드로이드, 컨베이어 벨트 자식들. 귓가를 도려내는, 구호와도 같은 소리가 들릴 때면 세모는 발작하듯 잠에서 깼다. 땀으로 흠뻑 젖은 반신이 번들거렸다. 리모는 익숙하게 마른 수건으로 온몸을 닦고 부들거리는 작은 몸을 보듬었다. 기계란 기계는 전부 동강을 내고 산산조각내주겠다. 선포한 우두머리가 손을 뻗어 우악스럽게 카메라를 쥐고 부서뜨렸다. 동시에 티비는 심한 노이즈음으로 가득찼다.
-..아빠.
조그만 목소리에 감출 수 없는 불안이 묻어난다. 할수만 있다면 그것을 깨끗이 닦아주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할 수 있는 것은 지키는 것 뿐이다. 팔과 다리가 다른 사람과는 다른 물질로 대체된, 그러나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고 뜨거운 제 핏덩이를 저 바보같고 멍청한 흉악범들에게 넘겨줄 리 없었다. 아이는 한없이 불안해한다. 리모는 잠든 아들을 침대에 바르게 뉘어주고 생각에 빠졌다. 머릿속에 설계도를 그린다. 다채로운 색의 네온사인도 시끄러운 노랫소리도 없는 거리는 한산하고 적막해 그 어떤 잡음도 침범해오지 못했다.
림셈으로 SF가 너무너무 보고 싶다. 근데 배경적 지식이 없어서 못씀 내 멍청함이 불쌍해..!!
리모랑 세모 제외하고 등장인물을 다 빼버린 썰. 러다이트 운동처럼 기계파괴 운동(테러)이 물결처럼 번지는 시대에 몸의 반이 기계인 세모를 사수하는 리모가 보고 싶다. 하루하루 위태롭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