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x소울 이터
왜 아무도 파는 사람 없는지.....
하긴 소울른을 아무도 안파는군ㄹ
비오는 날의 하늘처럼 칙칙한 머리색깔, 번쩍이는 안경 뒤에 나른하면서도 때때로 날카로워지는 눈매. 양호선생도 아니면서 항상 걸치고 다니는 가운. 두부를 관통한 의미 불명의 나사못. 어디서 거하게 싸움을 벌였는지 거의 얼굴의 반을 나누는 봉합선. 그를 구성하는 것은 의외로 많았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은 애석하게도 공포 유발 요인에 불과했다. 그의 성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첫 대면에 느낄 감정. 그뿐일까. 지독한 골초라 입술 끝자락에 사탕처럼 베어물고 있는 담배는 늘 찌든 내를 풍기고, 수시로 끼릭끼릭 나사를 돌려대는 버릇은 절로 상대를 주춤거리게 만든다. 처음 슈타인을 봤을 때의 이미지는,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한 사람'정도.
그러나 어디에나 즐거운 반전은 존재하는 법이다. 의외로 그는 바보같은 구석이 있었고, 본인이 그것을 사무전 곳곳에서 드러내고 다녔다. 사무전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소름돋는다'고 표현하면서도 그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꽤 인기가 있는 선생이다. 여러가지 근거가 있는데, 첫째로 슈타인은 많은 경우에 경어를 쓴다. 나긋한 어조에 배려심이 잔뜩 묻어나오는 말투는 아무래도 반말로 빽빽거리는 일부 선생ㅡ전부 한 사람을 저격하고 있었지만ㅡ보다 호감도가 높다. 그 다음으로는 그의 수업 방식을 이유로 들 수 있는데, 슈타인의 특징적인 것을 모두 배제하고서라도 아주 휼륭하다고 할 만한 점이다. '수준이 맞는 학생만 데리고 가겠다'고 하면서도 결국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높게 끌어올린다. 목표에 미달인 경우 엄하게 다루지만 달성했을 때에는 최고의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셋째로는, 아, 이런 나열은 정말로 부질없게 느껴진다.
나는 그와 사귀고 있다.
마카와는 오랜 친구이자 장인과 무기,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 관계다. 그럼에도 어떤 상황에서 만나게 됐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를 소개하겠다고 격렬한 곡을 연주했었던 것만 흐릿하게 떠오를 뿐이다. 답지 않게 멋스러운 옷을 입고 있었던 마카와 내 모습도 막을 한겹 씌운듯 선명하지 않다. 슈타인과의 교제도 비슷했다.
첫만남부터 최악, 목숨의 위협까지 느꼈던 상대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사귀고 있었다, 라는 설정은 너무 식상하고 고리타분하지만. 쿨하지 못하지만,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사귄다고 해서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변하는 일도 없다. 여전히 슈타인의 해부 수업은 진저리가 나고, 곁에서 마카가 비명을 질러대고, 블랙 스타의 헛소리를 듣는다. 여느 때와 같은 평온한 하루. 햇살이 따뜻했다.
조금 변한 것이 있다면 남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였다. 복도를 지나칠 때, 함께 다니는 무리와 나에게 평소와 같은 태도로 인사하며 지나치듯 비스듬히 건네는 웃음같은 것. 피곤에 절어 꾸벅꾸벅 머리를 조아리고 있을 때 휙 던져주는 초콜릿이라든가, 자주 머리를 쓰다듬는 버릇들. 보물찾기 하듯 이곳저곳에 놓아둔 그의 애정은 먹으면 먹을수록 내성이 생기는 약같아서, 점점 효과가 강한 것을 바라게 된다. 아닌 척, 되도 않는 쿨한 척을 해보였지만 나는 슈타인의 앞에서 한없이 어린 아이라서.
-바보 취급 하지마! 이래서는 전혀 진전이 없잖아?
정말로 철없이 울컥해 내뱉은 날도 많았다. 그럴 때면 한때 내리는 소나기처럼 퍼부어놓고 돌아서서 후회하기 일쑤였다. 바보같이, 쿨하지 못하게. 어린 자신을 저주하면서 자아 비판을 거듭하고 있으면, 익숙한 순차대로 가만히 허리를 안아오는 팔이 있었다. 성격처럼 삐죽빼죽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는 커다란 손이 싫지 않았다. 미안. 한숨처럼 내뱉은 말에 그가 귓가에 대고 웃음을 흘렸다. 조금 오싹한 기분이 들어 흠칫 떨며 그대로 붙어있었다.살며시 뒷목에 입맞춰오는 감각이 묘했다. 쪽, 가볍게 붙었다 떨어지는 입술에 충분한 열기가 담겼다. 아. 절로 소리를 뱉자 멈칫 몸을 굳혀왔다. 그리고 충동을 억누르던 그, 참을 수 없는 시선.
그는 결국 그 다음 행동을 하지 않았다. 소나기는 맹렬하게 퍼붓다가도 금새 꼬리를 내리고 만다. 불만 붙여놓고 상자 안에 가둔 양초처럼 나는 애가 탔다. 그날 이후로, 그의 시선이 확연하게 달라져있음을 느낀 탓이기도 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저린 감각이 슈타인의 신경을 타고 전해져와서 자극당하는 매일. 말은 없음에도 저 자리에 입술이 있었다면. 아마도 백번이고 더 했을 말을 상상해봤다.
듣고 싶었다.
그럼에도 한동안 미지근한 관계는 지속되었다. 선생이라는 지위는 그렇게도 쿨하지 못한 건지, 이제는 땅에 끌릴 듯이 긴 가운자락까지도 미워질 지경이었다. 일일히 말하자면, 얼굴로도 모자라 가운 곳곳에 기워놓은 양 자리한 무늬가 아주 섬세하게 맘에 안든다. 그래, 인정하자. 슈타인의 태도가 성에 차지 않는다. 싫다. 이래서는 그냥 선생과 애 아냐. 전혀,애인같지 않다고. 이제는 애인이란 말조차 어색해서, 입안에서 굴리는 것도 한없이 비참해진다. 여전히 그는 친절하고, 다정하고, 좋은 선생이다. 그래서 뭐? 그걸로 된거냐.
한동안 슈타인의 수업시간을 고의적으로 빠졌다. 마카는 해부 수업은 역시 불유쾌하다고 말해올 뿐이었다. 어차피 늘 해부만 할 뿐이라 흥미있게 듣던 시간은 아니다. 그런데도 굳이 자리를 지켰던 이유는 악질적이지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게.
-어라, 소울? 오랜만이네요~.
-......
바로 전 시간은 그의 수업 시간. 늘 그렇듯 불참석에 쉬는 시간을 맞춰 나갈까 하던 중이었다.남는 시간은 자주 양호실에서 때웠기에 자리까지 정해두고 있었다. 창가 쪽, 오래 누워있어 저리는 몸을 일으켜 커튼을 걷고 문으로 다가가는 순간, 듣기 싫게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지독한 담배 냄새가 났다. 훅 끼치는 쌉쌀한 향에, 확인해보지 않아도 드는 싫은 예감.
-..슈타..인.
호칭이 어색하게 끊어진다. 저도 모르게 머리에 손이 가고 시선이 데구르르 구른다. 이래서야 완전히 읽히고 만다. 그러다 느껴지는 시선에 얼떨떨하게 고개를 들었다. 아, 익히 알고 있는 표정이다. 그래, 애초에 나를 꿰뚫고 있는 남자다. 병신같이 혼자 난리법석 떨다가 멋대로 피하고, 그러다가 마주쳐서 안절부절 못하고. 다 보이겠지, 이런 거. 뭘 하려는 건지 굵직한 손을 뻗어온다. 반사적으로 눈을 꾹 감아버렸다.
톡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정말이지 깃털처럼 가벼운 손길이다. 머리에 닿은 채로 간질간질하게 쓰다듬는다. 쑥스럽게 싫으면서도 묘하게 좋은 느낌. 내가 좋아하는 접촉이다. 슈타인은 그 점을 잘 알고 있어 매번 이용해먹고는 했다.
-애 취급이나 하고...
하지만 이런 걸로 확 풀어져버리는 것도, 쿨하지 않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이 역력한 얼굴을 해보이며 그의 손목을 쥐었다. 마카와는 달리 투박하고 굵어 한손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세세한 것조차 따라잡을 수 없다고 깨닫는 것이 싫다.
-소울.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까와는 정반대의 표정과 태도다.
어..? 멍청하게 바라보다 손목이 잡혔다. 이게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시선은 허공을 헤맨다.잡힌 것을 빼내려고 했지만 아이와 어른의 완력 차이란 생각보다 크다. 놔주지 않고 그대로 얼굴이 가까워진다. 이거, 왠지. 키스라도 할 것 같은 포지션 아냐? 그리고 예상대로 입술이 닿았다.
닿은 부분은 따뜻하고 까슬하다. 고작 입술뿐인데도, 푹신한 쿠션에 파묻힌 것처럼 몸이 노곤해져서 기분이 누그러진다. 가만히 눈을 감고 몇 번째더라, 하고 생각한다. 선생과 제자. 단호하게 정해놓은 선을 넘지 않는 그도 키스만은 넘치도록 해주었다. 가볍게 붙었다 떨어지는 모양새는 장난스러운 놀이같기도 했지만, 슈타인과 가장 가까이 닿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혀가 그 사이를 비집었다.
-..에.
얼빠진 소리가 입안에서 울렸다. 살짝 벌어져있는 입술 사이를 그가 톡톡 건드려온다. 입이 닿았던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열기가 느껴져 흠칫 뒤로 물러서려한 어깨가 붙들렸다. 한 손으로 등을 감싸안고 물밀듯 밀려오는 혀에 몸이 크게 반응했다. 얼빠지게 굳은 혀에 그가 접해, 말캉한 덩어리들이 휘젓듯이 섞였다. 이상하고, 쿨하지도 않고, 혓바닥의 돌기들이 까끌거리면서 닿는 게 꼭 개가 핥는 것만 같다. 생각만큼 대단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괜히 정신이 몽롱해지는 통에 팔을 뻗어 그의 목 뒤에 둘렀다. 아. 바로 그 다음, 무엇 때문인지 몸을 굳힌 슈타인이 혀를 감은채 가만히 시선을 고정했다. 가끔씩 보여주는 의외의 표정.이 얼굴을 하고 난 뒤의 그는 꼭 예기치 못한 행동을 해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갑작스레 혀가 입천장을 미끄러져 들어왔다.
-응, 으...슈.
내뱉어지는 숨으로 주변은 후끈거린다. 보건실 안이 이렇게 더웠었나. 생각할 틈 없이 계속해서 위를 파고들어오는 혀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여린 점막이 핥아지는 감각에 허리가 찌릿하게 울렸다. 몸의 어딘가,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움찔거리며 매달린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싫은 것 같은데, 싫지 않다. 좋은 것 같은데 싫기도 해. 혀끝으로 빙글빙글 돌려가며 핥는 행위에 밭은 숨만 내쉬었다. 입안은 이미 침으로 가득했다.
-하아, 하, 흐..
그는 말없이 키스에 집중했다. 미끌거리는 살덩이를 핥고 혀를 잡아먹을 듯 빨아당겨왔다.무언의 연장전에 나는 그만 숨이 모잘라 어깨를 쥐고 밀어냈다. 밀리지도 않았지만, 부족한 호흡을 채우고 싶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으으, 하. 겨우 멈춘 사이에 숨을 몰아쉬었다. 작작 몰아붙이라고, 의사가 명확한 시선을 향한 순간이었다.
슈타인이 양 손목을 잡아 눕히며 되려 거칠게 혀를 맞추어 왔다. 완전히 침대에 눕혀진 채 깔려버린 모양이 됐다. 이 자세는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였다. 이렇게 성격, 급했었나. 그의 몸은 생각보다 무거워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고, 누운 채로 키스를 받고 있으니 호흡이 더 급했다. 전신이 닿아있어 바르작거리며 옷을 사이에 두고 살이 마찰하는 느낌도 자극제다. 위험해, 건드려버린 것 같다. 또다시 천정을 샅샅히 핥아오는 느낌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몸을 비틀었다.
-흐,아... 슈타, 응..
이제, 이제 그만. 집요하게 훑는 혀에 눈이 풀린다. 어느샌가 고인 침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벌어진 입으로 흘러내리는 것도 몰랐다. 나, 이상한 얼굴일지도. 헐떡이며 힘없는 시선을 향하자 일순 슈타인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슈타인은 손목을 틀어쥔 손을 한번 꾹 쥐었다가 풀어버렸다.
아래로 내려다보는 눈빛은 복잡미묘하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한. 그러면서도 아까와 같은 열기가 미처 사그라들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여전히 거리는 입술이 곧장 닿을만큼 가까워 저도 모르게 긴장감이 잔뜩 들었다. 키스만으로도 이렇게 벅찬데 더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거지? 새삼 지금의 상황이 노골적으로 보였다. 좋아하는 사람과 빈틈없이 닿아있는 몸도, 격정적인 키스도 전부 하나의 목적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슴 부근이 시끄럽게 쿵쿵거렸다. 슈타인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머리론 부정하지만 몸의 어디선가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밀려오는 두려움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자극은 쾌락과 공포를 동반한다. 근질거리고 뜨겁고,이상했던 감각. 하고 싶어. 아니, 아닌 것 같기도. 멍한 머리로는 사고가 어렵다. 칫,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다. 잘못 들었나 싶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시 그가 가까워져온다.그리고 또 입맞춤. 피부를 덥히는 호흡을 느끼며 몸을 바르작거렸다. 설마, 이대로. 그가 입술을 뗐다.
-자, 그럼 이제 끝.
방금까지 하던 맹렬한 키스가 꿈인 것처럼 빙긋 웃는다. 금방 슈타인 '선생'으로 돌아왔다.어안이 벙벙해져 흘러내리는 침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있으니 티슈를 뽑아 닦아주는 손길이 다정하다. 에. 지금 이거 끝..?그가 멍청하게 쳐다보고 있는 얼굴을 감싸쥔다. 볼을 쓰다듬으며 웃는 모습, 다정한 행위의 종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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