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열승범] 안무현

조각 2014. 11. 11. 21:18

"그 쪽이 아니지 않나. 형편없구만."

 

"아, 제대로 말해줘야 알 거 아냐!"

 

"충분히 얘기했네만."


머릿속이 청순하다는 말 많이 안 듣나? 연이은 막말에 정신을 놓은 것은 당사자가 아닌 옆의 사람들이었다. 좁은 사무실 안에서 다 울리도록 질러대는 승범의 소리도 멀게만 느껴졌다. 태현과 지은은 어쩐지 다른 차원의 공간에 있는 듯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며 두 사람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승범이 퇴소하고 난 후 들어온 것은 얼마 전의 일이었다. 아무리 형량이 가볍다고 하지만 년 단위였으므로 한동안은 세 사람이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사무소를 운영해왔다. 엄연히 말하면 첫 신입이자 막내가 되는 셈이다. 생긴 것과 다르게 나이도 제일 어린데다 남아도는 게 힘인 승범은 사무실의 궃은 일을 도맡아했다.


그 중에서도 승범을 하루가 멀다 하고 부려먹는 것이 하무열이었다. 원체 체력이 약해져있어서 회복이 필요한 상태이기도 했지만 태현은 어느새 그것이 버릇이 된건지도 모르겠다고 판단했다. 그도 그럴것이, 간단한 것에서 힘든 일까지 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 간단한 일까지 시킨다 싶을 정도로 심했던 것이다. 거기다 세상의 모든 저주를 쏟아붓는 것처럼 무자비한 막말의 쇄도는 여유있는 지은까지 당황하게 만들었다. '혹시 과거에 소장님한테 잘못한 게 있나요?' 라는 그녀의 질문을 들었을 때 태현은 심란한 심정으로 답했다.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저, 무열 선배.."

 

"무슨 일인가? 다들 부재중이라네."

 

"그게 아니고..."

 

힐끔 보고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리는 그에게 재차 말을 걸었다. 명색이 소장이라고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으면서 제일 부산스럽다. 조심스럽게 신경쓰이던 것을 입밖에 내본다. 승범씨 말인데요.

 

"그 녀석은 왜?"

 

"아, 그게.. 혹시 안좋은 감정이 있으신가 해서요."

 

잘 말해보려고 했는데, 요약하자면 '안승범을 싫어하냐'는 말이다. 무열이 살풋 미간을 찡그리더니 이내 픽 웃어보였다.

 

"그런 일은 없네."

 

"그럼, 괴롭히는 이유가 뭡니까?"

 

"뭐긴 뭐야."

 

재미있으니까지. 다시금 빠루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마냥 멍한 표정을 한 태현의 곁에서 그가 여유롭게 서류를 팔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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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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