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성건오] 옷

조각 2014. 11. 11. 21:22

후우.


짧은 숨을 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보일러를 틀 생각도 못하고 잠이 들어 차가운 아침 공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용케 이 시간까지 깨지 않고 잠들어있었다고 생각하며 옆을 보니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한
건오가 뒤척인다. 살짝 걷힌 이불 사이로 들어오는 추위 탓이리라. 그런데도 간밤의 일이 피곤한지
조용히 잠들어있었다. .......성급했다. 대충 벗어 던져놓다시피 한 안경을 걸쳐 쓰며 태성은 어젯밤
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가끔, 하지만 건오를 만난 뒤부터는 좀 더 잦아졌을지 모르는 무이성의 빈도.
그것이 확실해지자 갑작스레 머리가 쑤셔왔다. 윽, 두통에 머리를 부여잡고 있으려니 가볍게 이불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해...어디 아파?"


잠이 덜 깬 목소리에 반쯤 뜬 눈으로 묻는다. 아직 몸은 이불에 꼭 묻은 채다. 그 모습에 또 뭐라 설
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들어 두통이 번쩍 깬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기분과는 다른 말을 뱉으며 살짝
시선을 돌렸다. 생각을 정리하려는 찰나,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얕은 신음이 들렸다.


"..건오씨?"


"으, 나..아직, 안에..."


뒷말을 잇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찌푸린 얼굴로 그가 움직이려다 멈춘다.
어젯밤, 추운 날씨 탓에 그를 제 집에 들였었다. 그러다 갑작스레 끓어오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
을 댔고, 동의 하에 밤을 보냈다. 생각 이상으로 격해졌던 행위 후 둘은 까무룩 잠이 들었다. 당연히
뒷처리조차 하지 못해 건오는 꽤 찝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깊게 한숨을 들이쉬고 태성은 이불을 걷
었다. 일어서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그를 힘을 주어 안아들었다. 뭐, 뭐야. 놀란 듯 동그랗게 뜬 눈으
로 바라보면서도 아직 힘겨운건지 크게 반항하지 않는다. 그대로 욕실로 직행했다.

 

 

 

 

잠시 그를 욕실에 두고 나와 옷가지들을 뒤적였다. 똑같은 성인 남자이니 입힐 만한 옷이 있을 것이다.
보일러를 틀긴 했지만 너무 얇은 옷은 전부 구석에 몰아놓고 적당한 옷을 한벌 꺼내들었다. 곱게 포개
어놓고 다시 욕실로 들어간 태성은 목욕 수건으로 그의 몸을 닦았다. 개어 놓은 옷을 그에게 건네고
흐트러진 이불을 정리했다. 대강 정리를 마친 태성의 뒤에서 건오가 조그맣게 말했다. 대장나리, 옷...
....


"옷이 얇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태성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자주 입는 옷이 맞지 않게 늘어졌고 헐렁하게 그의 몸에 걸쳐져 있었
다. 생각해보면 그는 키도 저보다 작았고 체격 또한 차이가 났다.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몸을 돌려
좀 더 깊숙한 서랍장 안을 뒤졌다. 익숙한 옷을 꺼내서 갈아입으라며 주었다.


"이건 누구 옷인데?"


"아, 제가 학생 때 입던 옷입니다."


"그래, 학생 때...뭐?"


"....."


"......"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뭐라 궁시렁거렸지만 결국 태성이 졸업 전에 입었던 옷을 꿰어입었다.

 

 

'조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백건오] 어떤날  (0) 2014.11.11
[주황건오] 기다림  (0) 2014.11.11
[재하대수] 또  (0) 2014.11.11
[무열승범] 안무현  (0) 2014.11.11
[태현승범]  (0) 2014.11.11
Posted by 이나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