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하대수] 또

조각 2014. 11. 11. 21:19

적당히 수염을 기른 날렵한 인상의 남자가 카페의 구석 쪽에 앉아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보는 척하며 통유리로 된 벽 너머를 힐끔거리고 있다는게 맞겠지만, 아무튼 그는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옆에서 긴 머리를 단정히 묶은 아르바이트생이 테이블 사이를 분주히 돌아다니며 눈치를 주는 것도 모른 채 아메리카노 한잔을 달랑 두고 오후 시간을 때우는 짓거리에 직원들까지도 애를 태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단순하게, 하지만 매우 예리하고 집요한 눈길을 어딘가로 보내고 있었다. 가끔 카페 안의 시계로 시간도 확인해가며 밖을 훑는 그에게 관심 외의 사람은 아예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다 별안간 광고를 줄창 보고 막 영화가 시작될 쯤처럼 얼굴을 굳히며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찾는 사람이 나타났나 싶어, 이제 곧 가겠다며 직원들은 내심 안심하고 만다. 남자는 벽에 붙을 것처럼 가까이 가서 본다.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모습에 모두가 기대에 부풀었을 때, 그는 기가 막히다는 듯 바람빠진 웃음소릴 내며 말아쥔 신문을 테이블에 내팽개쳤다.


"...또 저놈이야, 내참."


허탈한 어조다. 거기서 느낀 불안함이 무색하지 않게, 남자는 잠시 밖을 보다 곧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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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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