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백건오] 어떤날

조각 2014. 11. 11. 21:29

으윽, 악! 안을 울리는 제 목소리가 낯설어 눈을 질끈 감았다. 어마어마한 통증에 이를 악물 새도 없이 신음이 터져나왔다. 들어갈 수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어느새 몸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헛숨을 삼키며 아픔을 줄이려 애써보지만 다 들어가자마자 움직이는 상대 때문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힉, 양..시백, 이. 욕을 이어가지 못하고 몸이 정처없이 흔들렸다. 머리가 팽글팽글 도는듯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제 의지와 무관한 동작에 날카로운 동통 외에는 그 무엇도 느끼지 못했다. 제 몸을 깔아뭉개다시피한 시백만이 간헐적으로 흥분에 찬 소릴 뱉을뿐이다. 그 와중에도 귓가에 달라붙어오는 끈적한 숨에 건오가 허리를 비틀었다. 헉, 아파. 이새.. 끼야. 아프다고! 이제 거진 울음이 섞인 목소리를 질렀다. 그제서야 시백이 잠시 멈추었다. 정지 화면인것처럼 정적이 한참을 흐르고, 건오는 그가 머뭇거린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그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마..많이 아프냐? 건오는 저도 모르게 힘이 풀려 하윽, 소릴 내고 엎어지고 말았다.


이 엄청난 사건의 시작이 별것아닌 말다툼에서부터였다면 믿을 수 있을까. 사실 건오는 아래에 깔리기 전까지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격한 싸움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양시백이 그정도가 아니었으며 허건오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사실이다. 그에게 눌려 쓰러질 때에야 건오는 상황이 나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평소에 남아도는 힘을 아끼고 억누르는 탓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무겁고 무자비한 힘에 버둥거려봤지만 또래보다 월등히 체격이 좋은 그를 밀어내기란 역부족이었다. 무슨 생각인지 옷이 뜯어질듯 벗겨지고 양팔을 모아 구속해오자 건오는 새된 소릴 질렀다. 이 미친,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대로 바지가 벗겨지고 속옷까지 내려진 뒤, 단번에 꿰뚫렸다.
......그 뒤로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아직도 아린 듯한 그곳의 통증에 건오가 찌푸리며 살짝 돌아누웠다. 옆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서가 맞았다. 분명 당한건 이쪽인데 왜 저렇게 불쌍한 표정을 하고 있는지, 꼭 버려진 개새끼같다. 눈을 꼭 감고 한참을 있어도 시선이 떨어지질 않는다. 에이씨...... 평소처럼 투덜거리며 건오가 몸을 돌렸다. 움찔하는 시백과 눈을 맞췄다. 아, 그렇게 보고있지 말고 약이나 사와! 큰 소릴 내니 또 개새끼처럼 눈치를 살피며 나간다. 더 필요한 건 없냐는 그다운 질문도 잊지 않고. 아오, 저 모자란 놈. 그런 짓할거면 끝까지 하고 사과나하지 말지, 애매하게 멈추고 무르게 굴어서 미워하지도 못하게 만든다. 깊은 한숨을 들이쉰 건오는 그가 닫고 나간 문을 멀거니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사오라고 한 약과 그 외의 주문하지 않은 것들을 한아름 안고 돌아올 그를 기다리면서. 


'조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성건오] Ho  (0) 2014.11.11
[태성건오]  (0) 2014.11.11
[주황건오] 기다림  (0) 2014.11.11
[태성건오] 옷  (0) 2014.11.11
[재하대수] 또  (0) 2014.11.11
Posted by 이나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