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성건오] Ho

조각 2014. 11. 11. 21:33

처음 현오라는 사람에게 소개받은 그의 동생은 신선한 경험이라 할 수 있었다.
나이보다 더 어려보이는 얼굴도 그러했지만 무엇보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천적인 것은 아니고 사고에 의한 거라 했다. 정확히 무슨 사고인지는 구태여 묻지 않았고, 그도 말하려 하지 않았다. '허건오라고 합니다.' 허건오, 건오. 그 이름을 입속에서 가볍게 굴려보았다. 특별히 어딜 나돌아다니지 않는다는 말을 하며 현오는 문을 열었고 처음 그 얼굴과 마주했다.
어리다. 받은 인상은 간단하게 말할 수 있었다. 제일 고학년인데도 갓 중학교를 졸업한 듯한 얼굴에 잠시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쪽에서 먼저 인사해왔다. 왜 그렇게 봐요? 얼굴 다 문드러지겠네. 그 말을 듣고 우선 국영수 이전에 예의를 과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도 과외를 할 의지는 있는 모양이었다. 이전에도 과외를 좀 받았었는지 자세히 가르쳐주기만하면 잘 따라왔다. 그런데 왜 전에 하던 과외들을 그만두었냐고 하니까, 다들 제대로 안 가르쳐줬단다. 답답하다나 뭐라나.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얼굴이 더 답답해보였다. 후천적인 장애라 들었기에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예상 외로 일은 순조로웠다. 좀 더 준비를 꼼꼼히 하고 출근하게 됐고, 퇴근을 하면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하나뿐인 가족에게 그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러면 참 착한 학생이구나, 하고 감탄이 돌아오는 것이다. 좋은 학생. 어쩐지 어색한 단어라 잠시 생각하다 그만두었다.

허건오의 과외 시간은 2시부터였다. 한창 날이 밝고 좋아 공부보다는 휴식을 취하고 싶을 시간이다. 아, 하기 싫은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책을 펴고 설명하기 시작하면 집중하는 모습이 이젠 익숙했다.
사각거리는 연필의 소리가 시끄러울정도로 조용한 방이다. 건오는 연필을 더 좋아했다. 뭔가 정이 간다느니 하며 쥐고 있던 샤프 대신 연필을 쥐어주었다. 낯설긴 했으나 별로 상관없었으므로, 학생에게 맞춰주기로 했다.
 
그는 의외로 외국어에 강했다. 채점을 매기다 깜짝 놀라 본문의 내용을 물어보았더니 하나하나 다 잘 대답했다. 오히려 국어를 더 못해 놀리듯 지적한 적도 있었다. 오늘 채점의 결과도 상이다.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그에게 입모양으로 말했다.


잘했습니다.


흔한 칭찬이었지만 그는 칭찬에도 약했던건지 볼이 발개졌다. 다른 선생들은 칭찬에도 인색했나? 싶을 정도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내심 귀엽기도 했다.


 

 

Ho라는 웹툰의 내용이었는데, 댓글에서 청각장애인이 '잘했다'를 '좋아한다'로 읽어서 애정을 느낀거라고 한 걸 보고 설레서...진짜 웹툰 내용이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설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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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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