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성건오]

조각 2014. 11. 11. 21:30

찰칵. 경쾌한 셔터음이 울리고 화면 안에 샛노란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찬다. 촬영 컨셉을 '소년'으로 잡았던가. 시작하고나서부터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 된다. 어쩔 수 없이 끼고 있는 안경조차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같아 얼굴이 찌푸려진다. 좀 더 가까이, 좀 더 또렷하게. 속으로 되뇌이며 웃고 있는 얼굴에 초점을 맞춘다. 찰칵, 찰칵, 연달아 찍자 장난스럽게 웃으며 자세를 바꾸는 모습에 절로 집중하게 된다.
...찍는 동안 무엇을 촬영하고 있었는지가 생각났다. 뽑힌 사진들은 넋놓고 찍었음에도 다행히 얼추 들어맞았다. 아, 아직 멀었어? 나 배고픈데. 조금은 힘이 없는 목소리가 재촉해온다. 사실 전부 끝났는데도, 한컷만 더 찍으면 된다고 둘러대며 카메라를 가볍게 쥐었다. 투덜대면서도 손에 들고 있던 비니를 쓰고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에 추위를 타는 것처럼 몸이 살짝 떨렸다. 스물 여섯의 모델. 그렇지만 렌즈를 통해 보이는 그는 너무도 소년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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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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