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건오] 기다림

조각 2014. 11. 11. 21:27

어떻게 죽더라도 천국은 못 갈거다. 늘 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제가 한 짓이 누구의 압박 때문이건, 사정이 있었건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에 놀랍지 않았다. 이리 죽어버린 것도, 이런 괴이한 장소로 떨어진 것도.
몇백의 시체를 모아야 이 정도로 끔찍할 수 있을까.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구덩이와 혈색으로 뻘건 점막같은 것이 사방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아마 이 곳에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디부터 제가 힘을 쓸 수 있었을까. 사실 무엇을 하더라도 바뀔 운명이 아니었다. 발을 디딜 때부터 이리 될 결과였을지도. 다만 걱정인 것은 남겨두고 온 것들이었다. 하태성 씨, 애송이......., 함께 자유로워지자고 했었는데. 마지막 통화를 떠올리며 남은 두사람의 안위를 생각했다. 혹시 발각된 계획으로 위험해진 건 아닌지. 특히 불안해하던 건오에게까지 생각이 미치자 괜히 아플리없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가 수락했지만, 엄연히 자신이 끌어들였다. 만약 애송이가 죽는다면.

애송이, 너나 나나 천국갈 위인은 못 되지.
중얼거리며 까맣게 어딘가로 이어져있을 구멍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죽지 않기를 바란다. 1년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생을 생각한다. 허건오에게 갖고있는 감정이 완벽히 친동생을 보던 것과 같지는 않았지만 닮은 구석이 없지는 않았다. 그 감정들 사이의 틈, 애매함을 떠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혹시 오게 된다면, 내가 기다리고 있을 거다.

의외로 여린 녀석이니 안아주면 울어버릴지도 모른다. 한참 애송이를 달래고, 그리고 함께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겠지. 오지 않길 바라면서도 그 장면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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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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