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스네]

조각 2015. 2. 1. 03:53
그것은 아주 우연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늦은 밤, 완연한 겨울을 알리는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때에, 해리 포터는 비자발적으로 교수의 방에 끌려가고 있었다. 마른 몸의 어디서 이런 악력이 나오는지, 당황스러울 정도로 악착같이 끌고가는 손길에 진저리가 났다. 나선형의 계단을 따라 질질 끌려가던 해리는 문득 끝이 어디일까를 가늠해보았다. 이 교수의 방은, 스네이프의 개인실은 지하에 있다. 2학년 때, 론과 함께 징계를 받던 축축하고 기분 나쁜 방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얼마나 더 내려가야 끝나는걸까. 추측할 수 없는 거리를 학대당하는 집요정마냥 끌려가는 것이 꽤 언짢았다. 처음 덤블도어가 오클러먼시를 언급했을때는 왠지 급박한 기분이 들어 흥분한 채로 팔을 잡혔지만, 제 발로 걸어갈 수 있는 것을 왜 끌려간단 말인가. 스네이프의 심중도 헤아릴 수 없었다. 이렇게 굳이 힘을 들인다는 것은 아무리봐도 남을 불쾌하게 만들수 밖에 없는 그 성정 때문일지도 몰랐다. 이런 생각 자체가 해리 자신의 비뚤림을 나타내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해리는 잡힌 손을 다소 거칠게 뺐다. 곧바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따라왔다. 그는 가끔, 최근엔 종종 저런 얼굴을 하곤 했다. 부쩍 해리의 반항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 계기를 넘치도록 주는 것이 약학 교수의 일면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해리는 당돌한 학생이었다. 그리고 그 황당한 얼굴은 곧 매섭게 바뀌는 것이다.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제 발로 걸어갈 수 있어요."

"가만히ㅡ따라와. 네 의견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다시 스네이프가 손목을 잡아챈 순간이었다. 해리는 속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어 넘쳐흐르는 것을 느꼈다. 재료를 잘못 넣는 바람에 터졌던 시약처럼. 해리는 앞에서 자신을 이끌던 스네이프를 좁은 계단의 벽쪽으로 밀어붙였다. 거의 내팽개치듯 부딪힌 교수는 갑자기 벌어진 일에 나지막이 신음을 흘렸다. 정말로 그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해리는 그때도 완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불행한 타이밍이었다.

 

"이런, 건방진 녀석...!"

 


스네이프는 반쯤 혼이 나가있는 해리를 다그쳤다. 그에게도 적대적인 감정은 충분했으나 수업은 의무였다. 해리의 돌발 행동은 가뜩이나 번거로운 일을 도맡은 그의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사실은 그 스스로 스트레스의 원인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스네이프 교수는 해리를 막 대했고, 그런 까닭에 오히려 해리는 다른 교수보다 그를 험하게 다루었다. 물론 스네이프가 그 사실을 알게 되는 날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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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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